설탕을 줄여 돈을 버는 기업들(26-0709)

1. "왜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설탕을 뺄까요?"
요즘 마트나 편의점 매대를 보면 온통 '제로', '저당', '슈거프리'라는 글자가 눈에 띕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당류를 줄인 '슈거제로' 제품의 연간 생산액은 무려 5,7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1%나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관련 제품 수도 1년 새 590개로 두 배 넘게 급증했죠.
과거에는 "건강에 좋으면 맛이 없다"며 외면받던 제로 푸드가 이제는 식음료 시장의 주류(Mainstream)로 우뚝 섰습니다. 탄산음료 시장에서 제로 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30% 선을 돌파했습니다. 한때의 유행인 줄 알았던 '설탕 빼기'에 왜 전 세계 내로라하는 식품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드는 걸까요? 그 이면에는 소비자의 강력한 인식 변화와 수천억 원의 자본이 움직이는 거대한 비즈니스 경제학이 숨어 있습니다.
2. 소비자 인사이트 : 소비자들이 '저당'에 지갑을 여는 4가지 진짜 이유
'저당(Low-Sugar)'이 단순한 반짝 유행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식품 업계의 기술 진화가 맞물린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저당을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이유는 무엇일까요?

① ‘건강(Wellness)’에 대한 기준 변화: 혈당과 만성질환 관리
과거의 다이어트가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소비자는 '혈당을 관리하여 대사 건강을 지키는 것'에 집중합니다. 당뇨, 비만,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일상적인 당류 섭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강해졌습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까지 맞물리면서, 건강한 노후를 위해 식단에서 설탕을 적극적으로 덜어내고 영양 성분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층이 두터워졌습니다.
②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와 자기관리 문화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헬시 플레저(즐거운 건강 관리)' 문화도 큰 몫을 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완전히 끊는 고통스러운 절제 대신, "어차피 먹고 마실 거라면 당과 칼로리 부담이 없는 제로 제품을 선택하겠다"는 '죄책감 없는 길티 플레저(Guilt-free)' 의식이 지배적입니다. 또한 SNS를 통해 자신의 식단과 운동 루틴을 인증하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저당·제로 제품을 소비하는 것 자체가 '트렌디하고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③ "건강식은 맛없다"는 편견을 깬 기술의 진화
소비자들이 저당 제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꾸준히 구매할 수 있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맛의 완벽한 구현'입니다. 기존의 저당 제품은 밍밍하거나 대체당 특유의 쓴 뒷맛이 단점이었으나, 최근 식품 기업들의 독자적인 비즈니스 기술이 이를 극복했습니다. 펩시 제로슈거처럼 진한 라임향 등의 청량한 과일향을 더해 끝맛을 산뜻하게 정리하거나, 유산균이 자체적으로 당류를 소모하게 만드는 장기 발효 공법(hy 야쿠르트XO), 독자적인 사 사워도우 공법(파리바게뜨 파란라벨) 등을 통해 설탕을 넣지 않고도 깊은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을 그대로 유지해 주며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④ 식사 대용식 및 단백질 시장과의 시너지
저당 트렌드는 가벼운 음료에만 머물지 않고 두유나 베이커리 등 '식사 대용식' 시장과 결합하며 파급력을 키웠습니다. 아침을 거르거나 가볍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직장인과 운동족들이 설탕은 빼고 식물성 단백질이나 식이섬유, 폴리페놀 등의 영양을 채운 저당 제품을 필수적인 '데일리 루틴'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 요약하자면 소비자들이 저당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 몸의 건강과 혈당을 챙기면서도, 맛과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완벽한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3. 탄산음료를 넘어 일상 전체로… '의식 있는 단맛(Mindful Sweet)'의 지형도
이처럼 소비자의 절실한 요구와 기업들의 고도화된 제조 기술이 만나면서, 제로 탄산음료로 시작된 저당 수요는 이제 식생활 전체로 무섭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인공 감미료를 기계적으로 넣는 것을 넘어 영양을 더하는 일명 ‘의식 있는 단맛(Mindful Sweet)’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 발효유 시장의 제로 혁명: 당류와 지방을 모두 빼고 자체 장기 발효 기술을 적용해 기존의 풍미를 살린 제로 발효유(hy 야쿠르트XO)는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판매량 2,500만 병을 돌파하며 발효유 시장의 제로 경쟁을 촉발했습니다.
- 베이커리 시장의 저당 바람: "빵은 탄수화물과 당 덩어리"라는 편의견을 깨고, 당 함량을 100g당 5g 미만으로 낮춘 저당 베이커리(파리바게뜨 파란라벨) 역시 출시 후 누적 판매량 2,400만 개를 돌파하며 건강빵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 식물성 단백질과의 결합: 두유 시장에서도 설탕을 전혀 넣지 않은 저당·무첨가 제품(매일유업 매일두유 서리태)이 출시 두 달 만에 200만 팩을 돌파하며 '3초에 1팩씩' 팔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4. 왕좌를 지키려는 자 vs 영토를 넓히려는 자
그렇다면 이 거대한 '저당 경제학' 생태계에서 진짜로 돈을 쥐고 흔드는 비즈니스 주인공들은 누구일까요?
① 식품 대기업: 라이벌 매치와 라인업 확장으로 실적 경신
가장 치열한 전장은 역시 '제로 콜라' 시장입니다. 오랜 기간 '빨간색 코카콜라'가 지배하던 시장에 '펩시 제로슈거'가 진한 라임향을 무기로 무섭게 파고들며 국내 제로 콜라 시장 점유율을 47%까지 치솟게 만들었습니다. 오리지널에 가까운 '익숙함'을 내세운 코카콜라와 라임향의 '새로움'을 내세운 펩시가 격돌하면서 제로 탄산 시장 전체 파이가 급격히 커졌고, 두 기업 모두 엄청난 유입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음료뿐만 아니라 롯데칠성, hy, 매일유업, SPC 등은 저당·제로 전용 브랜드를 사활을 걸고 성장시키며, 프랜차이즈 원료 공급 및 글로벌 시장(싱가포르 등)으로 매장을 확대해 기업의 가치(시가총액)와 매출 실적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② 원료 공급사 및 B2B 생태계 (숨은 지배자들)
눈에 보이는 완제품 제조사 뒤에는 알룰로스,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혈당 관리 및 식이섬유 원료) 등을 소싱하고 가공하는 원료 공급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유원료와 기능성 성분을 B2B로 납품하며 가장 안정적이고 거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산균 특허 균주나 자체 ‘바이오 발효 기술’을 가진 원료 기업들이 시장의 진정한 치트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5. 인사이트 : 소비를 넘어 비즈니스 기회로 봐야 할 '구조적 변화'
이제 '저당'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닙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혈당·건강 관리의 필연성, 그리고 내 몸에 좋은 것을 의식적으로 소비하려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이 맞물려 탄생한 '구조적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최고의 마케팅 치트키가 된 '설탕 빼기'. 매일 마시는 제로 음료와 저당 간식을 단순히 맛으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그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영토를 확장하며 시총을 키워가는 식품 기업들과 원료 비즈니스의 움직임에 투자자와 기획자의 관점으로 비즈니스의 트랜드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